6호선 5번출구부터는 건강이 곧 행복
진료실에 있다보면 65세 이상이 되면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보게 됩니다. 어르신들 유행하는 표현으로 6호선 5번출구, 65세 이상이 되면 키, 외모, 자식 이야기보다 더 많이 하는 이야기가 바로 내 혈압, 내 혈당 수치입니다. 70, 80에도 늘 나에게 만족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는 방법 세가지 있어 소개합니다.
첫째, 나의 동반자 관절에게 인사하기
첫째는 그 동안 고생한 관절에게 매일 아침 저녁 감사의 문안인사를 하는 것입니다. 아침 문안이 어렵다면 저녁 문안인사라도 해 봅시다. 잠에 들기 전에 앉아서 ‘아이고~ 내 어깨 오늘도 고생했습니다. 고맙습니다.’ 하면서 어깨를 돌려봅시다. 근육도 별로 없는데, 몸을 지탱하느라 애 쓰는 목, 허리 척추 관절에게도 문안 인사를 합시다. ‘참 고생 많았습니다.’ 하면서 목도 돌리고, 옆구리 스트레칭도 한번 해 보면 관절들이 반가워 할 것입니다. 이렇게 70년 가까이 말없이 우리 몸을 지탱해 준 관절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시간이지요. 시간이 되면 손가락 하나하나 접었다 폈다, 팔목도 돌려보세요. ‘이 손이 밥하고, 일하고, 자식 키우고, 내입에 밥 넣어주고 그랬네, 참 고맙습니다.’ 또 다리를 펴서 발목도 돌리고, 발가락도 쭉 폈다가 오므렸다가 하시면서 ‘하루 종일 이 무거운 몸을 지고 다닌 종아리, 발 고맙습니다.’ 누운 자세로 자전기 타기를 하면서 무릎관절에게도 감사하는 시간을 갖고 잠에 들어보세요. 아침에 일어나서도 시간이 되면 관절들에게 아침 문안인사를 해 보세요. ‘오늘 하루 잘 부탁합니다.’
이 과정은 사실 단순히 문안인사가 아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한번씩 살피고 움직이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아침저녁 몸 구석구석을 살피고 움직임을 확인하시는 것은 시니어 건강관리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손가락 끝, 발끝은 아프기 전에는 잘 생각하지 않고 지내는 부분인데, 노년기가 되면 상처가 나도 모르고 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매일 몸 구석구석 관절에게 문안인사를 하면, 운동이 될 뿐 아니라, 몸도 살피는 것이 됩니다. 이와 함께 내 몸에 감사하는 시간이 되어 마음도 힐링이 됩니다.
둘째, 근육에게 미리 알려주고 움직이기
두번째는 우리 몸의 근육에게 움직이기 전에 미리 알려주는 것입니다. 앉았다 일어날 때, 그냥 생각없이 일어나면 갑자기 핑- 돌면서 어지러운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증상을 기립성 저혈압이라고 하는데, 대부분 빈혈이나 머리 문제가 아닙니다. 몸이 일어날 때 다리에 있던 피가 같이 따라 올라오지 못해서 일시적으로 뇌로 가는 혈류가 줄어 어지럽게 됩니다. 피가 같이 따라 올라가려면 종아리 근육이 힘을 써줘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다리 근육이 줄게 되면 더 자주 기립성 저혈압 증상을 경험합니다.
문제는 나이가 들어 핑- 도는 어지러움은 일시적이더라도 그 사이 몸의 균형을 읽고 넘어질 수 있어 자칫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어날 때 그냥 일어나지 말고, ‘장단지야, 무릎아 이제 일어나자~’ 하고 일어나야 어지러움이 덜 합니다. 또 식사를 할 때도 ‘위야, 이제 먹거리가 내려간다 소화 잘 부탁한다.’ 하고 꼭꼭 씹어 넘거야 소화가 잘 됩니다. 위장도 근육이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운동성이 좋아집니다. 물건을 들 때도 팔, 허리, 엉덩이, 다리에게 ‘이제 물건을 들거다~’ 말하고 들어 봅시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좀 더 바른 자세로 들 수 있고, 덜 다치게 됩니다. 시도 때도 없이 조금이라도 움직인다면 그 전에 몸에게 말을 걸어보세요. 일상생활에서 소소하게 불편했던 증상들이 어느새 좋아진 것을 느낄 것입니다.
셋째, 고기나 생선 챙겨먹기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고기나 생선을 약이다 생각하고 매일 먹는 것입니다. 노인의 장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절한 양의 단백질 섭취를 유지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65세 이상의 노인의 단백질 섭취 비율은 총 에너지의 10-15% 정도이고, 탄수화물이 70% 가까이 됩니다. 노인의학 관련 가이드라인에서는 단백질 섭취를 적어도 20%, 가능하면 30%까지 올리라고 권고합니다. 노인의학 관련한 전세계 모든 가이드라인에서 공통으로 강조하는 사항입니다.
그런데 진료실에서 고기나 생선을 먹으라고 하면, “아~ 고기가 진짜 먹기 싫은데요” 하는 노인분들이 계십니다. 기억하세요. 고기를 먹고 싶은 마음이 젊음을 의미합니다. 노쇠해지면 고기가 먹기 싫어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단백질은 탄수화물과 달리 소화흡수에 우리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 몸이 노쇠해지기 시작하면 소화하기 힘든 음식을 먹고 싶지 않게 만듭니다. 사실 과거에는 이러다가 60쯤 되면 다들 죽었습니다. 그래서 더 효율적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평균수명은 남자 80세, 여자 86세입니다. 여생을 기력없이, 어질어질하면서 살지 않으려면 매일 고기나 생선을 100g, 손바닥만큼은 먹어야 합니다. “콩도 단백질인데, 밥에 많이 넣어 먹거든요. 어떤가요?” 하고 물으세요. 제가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콩을 먹는 걸 생각해서 고기나 생선을 100g만 먹어도 된다고 하는 것입니다. 만약 콩으로 하루 필요한 단백질을 채우려면 500g 드셔야 합니다. 하루는 할 수 있어도 이틀은 어렵습니다. 적당량의 동물성 단백질을 먹어야 활력있는 생활이 가능하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정리
100세까지 활력있게 지내려면 다음 세 가지를 매일 실천
# 관절에게 매일 아침저녁 문안인사
# 근육에게 미리 알려주고 움직이기
# 어육류를 약이라 생각하고 손바닥만큼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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